누더기된 중대재해법 국회 본회의 통과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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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27회 작성일 21-01-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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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중대재해법  국회 본회의  통과

  • 기자명
 조혜정 기자

 

 승인 2021.01.08 18:29 [민플러스]


유가족·노동자·시민 10만 힘으로 ‘법안 제정’ 만들어
국민 목소리 외면, 경영계 앓는 소리 들어준 정부·정치권

5~7일 이어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후퇴를 거듭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이 결국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 오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찬성164, 반대44, 기권58).

▲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사진 : 뉴시스]

 

▲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사진 : 뉴시스]

 

본회의가 임박한 시각, 법사위에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를 두고 막판까지 수정 논의가 있었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그대로 의결됐다. 이날 10만 국민동의 중대해재법 발의자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의 발언 요청은 거부당했고, 유가족들은 회의장에서 내쫓겼다.

국회에서 논의된 후퇴한 법안은 10만 국민동의로 발의한 중대재해법의 온전한 제정은 안중에 없이 ‘누더기 법’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었다. 김미숙 씨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후퇴 법안에 대해 “누더기도 아니고 걸레장”이라고 규탄하며 분노했었다.

▲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8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관 중 중대재해법 관련 발언을 하려고 하자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8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관 중 중대재해법 관련 발언을 하려고 하자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결국 노동자·시민 편이 아니었다

노동계는 이날 통과된 법안을 두고 “살인방조법”이라 비판했고, 경영계는 “처벌 범위와 수위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온도 차가 크다.

그러나, 법안 내용을 보면 결국 경영계의 요구가 대폭 수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들이 연이어 국회를 찾아 요구한 내용이 법안에 녹아있다.

이들의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합리화”하고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을 준수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처벌 하한선 삭제와 시행유예 등 기업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입법이 논의돼야 한다.”(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사업하지 말란 소리”(김기문 중기중앙회장)라는 요구와 주장처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줄어들었고, 처벌 범위에 구멍도 생겼다. 처벌 수위는 약화됐으며, 시행유예 부칙도 생겼다.

반대로 10만 국민동의로 법안을 발의하고, 살을 태우고 뼈를 태우는 단식(29일)으로 제대로 된 법 제정을 호소했던 유가족들의 목소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이들은 한 달이 넘도록 국회 앞을 지켰다. 10만 국민들의 동조단식, 그리고 법학계, 직업환경의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의견일 뿐이었다.

‘누더기, 걸레장’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유가족과 노동자 시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7대 원칙’을 정하고 후퇴하는 국회에 맞섰다.

1. 재발방지를 위해 말단관리자와 노동자 처벌에서 경영책임자 처벌로
2. 기업의 비용으로 처리되는 벌금형이 아닌 하한형이 있는 형사처벌 도입
3. 소규모 하청업체 처벌이 아닌 원청 처벌, 공기단축 강요하는 발주처 처벌
4. 산재사망과 시민재해 모두 포함,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5. 재난사고의 주요 원인인 불법적 인허가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6. 경영책임자 실질 처벌 위해 반복적 사고 및 사고 은폐 기업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 도입
7. 사망사고와 직업병, 조직적 일터 괴롭힘, 50인 미만 사업장 등 사각지대 없는 적용

10만 국민동의로 발의된 중대재해법의 내용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법인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 벌금) ▲손해액의 1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 ▲중대재해 야기한 해당 공무원과 공무원 책임자 1년 이상의 징역,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 ▲인관관계 추정(사고 이전 5년 동안 3회 이상 안전·보건의무를 위반, 재해 관련 증거 인멸 및 현장 훼손 등의 경우 사업주, 법인, 기관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 ▲사회적 참사에 관한 처벌(산재와 동일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원청과 발주처,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사라졌고 공무원 처벌도 사라졌다. 인과관계 추정이 사라졌고, 하한이 있는 처벌은 반토막 났으며,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도 후퇴했다.” 법안소위 통과 후 민주노총이 낸 입장이다. ‘누더기’, ‘걸레장’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규탄 및 온전한 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 [사진 : 뉴시스]

 

▲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규탄 및 온전한 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 [사진 : 뉴시스]

 

처벌의 대상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해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떠넘길 수 있게 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엔 발주처 공사기간 단축, 일터 괴롭힘 등의 의무는 명시되지 않아 발주처 처벌과 일터 괴롭힘에 대한 처벌은 비껴갔다.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발주처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막기 어려워졌다. 한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 500여 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76조, 2019년 제정)은 있지만 경영책임자의 의무에 일터 괴롭힘은 빠졌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은, 산재사망 시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억 이하 벌금으로 그 수위가 낮아졌다(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 기존 안인 2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1년 이상으로 하한형이 낮아졌고, 벌금의 하한은 없앤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5배 이하로 낮아졌고 하한형은 빠졌다(10만 국민동의 청원은 10배 이하, 박주민 의원안 5배 이상이었다).

공무원 처벌 조항은, ‘인허가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삭제됐다. 산재사고 재범률 98%(2017년 기준), 계속되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반복적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은폐기업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이 도입돼야 반복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호소했지만 인과관계 추정 조항 역시 통째로 빠졌다.

▲ 7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중대재해법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하는 유가족.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가운데). [사진 : 뉴시스]

 

▲ 7일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중대재해법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하는 유가족.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가운데). [사진 : 뉴시스]

 

“죽어도 되는 목숨은 없다”

50인 미만 사업장엔 3년 유예기간을 줬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배제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10만 국민동의로 발의된 법안뿐만 아니라 어느 의원의 발의안에도 없던 것이었다. 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건의한 내용이다.

전체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80%, 50인 미만 사업장은 98%가 넘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는 600만 명에 달하고, 이곳 재해사망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20%다. 연간 2천 명의 사망자 중 400명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조건에서 차별받고 있는 이들은 ‘안전’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게 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중대재해법 ‘적용 배제’가 아닌, 자금과 인력 등 제도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결국 거부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죽어도 되는 목숨인가’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지난해 9월 10만 국민동의로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기대어 법안을 청원하지 않고 국민의 힘을 모아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회는 결국 노동자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지 않았다. 법을 제정한 것으로 ‘국민동의 청원을 수렴했다’는 생색 내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영계는 “경영계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유감스럽고 참담한 심정임을 읊었다. “대기업·중소기업도 유예해 달라, 징역형을 상한만 규정해 달라, 손해배상액을 더 낮춰달라”는 요구까지는 들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경총은 7일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을 두고 “기업들은 공포감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고 표현했다. 바꿔 말하면, 그동안은 공포와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중대재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인가? 한 해 2400명, 하루 6~7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가. 경영계와 국회에 묻고 싶은 말이다.

“10만의 노동자·시민 입법발의, 결실 맺었다”

2년 전, 태안화력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죽임을 당한 후 유족,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으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나 국민들은 또한번 중대재해법을 만들었다.

민주노총도 본회의 통과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2020년, 더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10만의 노동자, 시민의 입법발의가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며 중대재해법 제정 의미를 되새겼다.

“말단 관리자 처벌이 아닌 진짜 경영책임자 처벌”,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및 시민재해에 대한 원청 처벌”, “ 하한형 형사처벌 도입”, “시민재해를 포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부상과 직업병도 처벌” 등 그동안 입법 발의자가 요구가 담겨진 성과를 짚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온전한 제정 소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규탄도 담았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유가족들과 노동자 시민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위한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 개정,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의 2막을 예고했다.

[기사출처/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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